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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론
사진은 단순한 기록 도구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보존하고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내는 강력한 매체로 자리 잡았다. 한국 사회에 사진이 처음 도입된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사진은 외부 세계의 시선을 통해 조선을 소개하는 창이자, 내부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초기 외국인 사진가들의 기록과 한국인 1세대 사진가들의 활동은 한국 사진사의 초석을 이루며 이후의 사진 문화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본 글에서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시기를 중심으로, 한국 사진의 시작과 문화적 의미를 살펴본다.
1. 외국인 사진가의 시선: 조선을 담다
1860년대 이후, 사진은 외국인 선교사, 외교관, 탐험가 등을 통해 조선에 소개되었다. 이들은 대형 건판 카메라를 들고 서울의 궁궐, 전통 시장, 백성들의 삶을 촬영했다. 대표적인 외국인 사진가로는 펠리스 비토(Felice Beato), 윌리엄 펄튼(William P. Fulham), 노르만(George N. Rumsey) 등이 있으며, 이들의 사진은 당시 조선의 자연환경, 전통 복식, 건축 양식 등을 정적으로 담아냈다. 이러한 기록 사진은 단순한 풍경 사진을 넘어 조선시대 문화유산과 일상의 소중한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선교사들이 남긴 조선 선교 사진은 그들이 활동했던 지역 사회의 풍경, 주민의 표정, 전통 의식 등을 생생히 담아내며 문화인류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당시 외국 사진가들의 시선은 낯선 이국의 풍경을 호기심과 신비로움으로 바라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들의 사진을 통해 조선 후기의 도시 구조, 자연 풍광, 사회 계층의 생활상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2. 한국인 사진가의 등장과 자주적 시선
조선 말기에는 한국인 사진가들도 점차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규진이 있다. 그는 일본 유학을 통해 사진술을 익히고 돌아와 '한성사진관'을 열며 본격적인 상업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사진은 인물 중심이었으며, 유화 채색과 고급 인화 기법을 활용한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김규진 외에도 박정덕, 정재균 등은 한성 지역에 사진관을 개업하며 조선 최초의 전문 사진가 집단을 형성했다. 이들은 졸업사진, 결혼사진, 가족사진 등 당시 사람들의 삶의 순간을 촬영하며 사진을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했다. ‘한국 최초의 사진관’이라는 상징성은 그 자체로 조선 사회가 서구적 시각기술을 수용하고 변용한 자취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부터 조선인은 외부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시각으로 자신과 사회를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자주적 시선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3. 일제강점기의 사진 활용과 민족적 표현
1910년부터 시작된 일제강점기는 사진의 확산과 정치적 활용이 극대화된 시기였다. 일본은 식민지 조선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조선의 낙후성을 부각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사진을 이용했다. 농민의 노동 모습, 군사 훈련 장면, 학교 행사 등을 철저히 기록해 이를 홍보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조선 내 언론과 예술계는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사진을 민족적 수단으로 활용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진이 결합된 신문 보도를 선도했으며, 독립운동 현장, 시위 사진, 항일 예술인들의 초상 등을 촬영하여 대중에 전달했다. ‘일제강점기 사진 저널리즘’은 단순한 시각 정보 전달을 넘어서 억압에 대한 저항의 도구로서 기능했다. 이 시기의 사진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민족적 감정을 담은, 역사적 증거이자 감정의 기록으로서 가치가 크다.
4. 사진의 대중화와 근대적 라이프스타일
1930년대 이후로 접어들면서 사진은 조선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도시에서는 각종 사진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중산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족사진’이나 ‘졸업사진’, ‘기념사진’ 촬영이 유행했다. 특히 커플이 함께 촬영한 엽서 사진은 당시의 연애 문화와 근대적 감수성을 반영한다.
사진은 이제 ‘개인의 아카이브’로 기능하기 시작했고, 각 가정에서는 사진첩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보관하게 되었다. 배경지와 소품, 조명 기법이 고도화되면서 스튜디오 사진은 일종의 예술적 연출로까지 발전했다. 또한 사진 속의 복장, 헤어스타일, 표정 등은 그 시대의 사회적 흐름과 가치관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지표가 되었다. 사진은 이처럼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적 라이프스타일 형성과 도시 문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결론: 사진으로 본 조선의 근대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사진은 단순한 서구 기술의 수용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반영한 거울이었다. 초기 외국인 사진가의 관찰자적 시선을 시작으로, 한국인 사진가들의 자주적 시선과 민족적 표현이 가세하면서 사진은 역사, 언론, 예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
사진은 당시 조선인의 삶, 사회 구조, 문화적 갈등, 민족적 저항까지 아우르며 오늘날에도 귀중한 기록 유산으로 남아 있다. 특히 ‘조선시대 풍경 사진’이나 ‘사진으로 본 조선 역사’는 학술적·교육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을 통해 우리는 ‘근대화와 사진의 관계’, ‘개인 아카이브로서의 사진’ 등 현대적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다.
사진은 단지 과거를 기록한 도구가 아닌,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자 문화적 유산이며,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 시대에도 그 뿌리가 되는 시각적 표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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